블랙페이스 마마무 흑인 비하 논란과 공식 사과문,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비글돌로 불리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실력파 걸그룹 마마무가 흑인비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3월 3일에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개최한 콘서트에서 선보인 패러디 퍼포먼스가 문제가 됐는데요.

마마무는 이날 콘서트에서 마크 론슨과 브루노 마스의 인기곡 '업타운 펑크(Uptown Funk)'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얼굴을 검게 칠한 분장으로 논란이 빚어졌습니다. 

마마무의 '블랙 페이스' 분장에, 콘서트 이후 해외 팬들이 강한 불쾌감을 나타낸 것이지요. 흑인 비하 논란은 국내에서도 확산 되었고, 결국 소속사는 다음날인 4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다음은 소속사의 공식 사과문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RBW 입니다. 

마마무 앵콜콘서트를 통해 공개 된 마크론슨의 ‘업타운펑크’ 패러디 영상이 흑인 비하 오해를 불러 일으켜 인터넷 커뮤니티와 각종 SNS를 통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콘서트를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유명 곡 뮤직비디오를 패러디 해보고자 한 기획의도였으나 오해의 소지가 생겨 2회 차 공연부터는 문제 부분은 편집하겠습니다.

논란의 소지를 남긴 점 죄송하고 앞으로 세심한 부분까지 좀 더 신경쓰겠습니다.

마마무 측이 물론 실제로 흑인 비하의 목적으로 그러한 퍼포먼스를 벌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사항에 대한 인식과 감수성 부족에서 기인됩니다. 마마무 블랙 페이스 퍼포먼스에 대해 한 해외 팬은 ‘나의 인종과 피부색은 놀림감이 아니다’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습니다. 우리가 그저 재미로 하는 일들이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전혀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최근에는 인식이 그나마 개선이 돼서 이런 코미디는 보이지 않지만, 예전에는 흑인분장으로 우스꽝스런 말과 행동을 하여 웃음을 유발하는 개그 코너들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 큰 인기를 끌었던 장두석과 이봉원의 ‘시커먼스’와 1999년 말에 개그콘서트의 영광의 시대를 연 심현섭의 ‘사바나의 아침’이라는 코너가 대표적입니다. 

본인들은 물론 흑인 비하의 의도는 전혀 없고 그저 웃음을 위한 장치였을 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일 서양 코미디 쇼에서 백인들이 누렇게 분장하고 눈가에 테이프를 붙여 쭉 찢어진 눈을 연출하고 나와서 우스꽝스런 행동을 한다면, 우리는 그걸 보고 마냥 재밌게 웃을 수 있을까요?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2004년 ‘이게 뭡니까’라는 코너에서 블랑카라는 동남아 노동자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정철규씨의 경우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많이 다릅니다.

그 역시 외국인 노동자로 분장하고 그들의 어눌한 한국 말투를 따라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그는 단순히 그들을 흉내내며 웃음의 소재로 삼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오히려 일반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 특히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에 대한 인종차별과, 그들이 겪는 부당한 대우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이었습니다. 굉장히 강한 문제 의식을 웃음으로 풀어낸 것이었지요. 

‘이게 뭡니까’ 코너의 마지막 녹화 날에는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 20여 명이 무대에 올라 축하해 주고, 스리랑카 대사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그의 코미디가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아픔과 상처를 대변해주는 것으로 느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블랙 페이스 퍼포먼스로 마마무가 흑인 비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마마무 혹은 관계자가 정말 흑인 비하 목적으로 벌인 일은 절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사과문에서 ‘오해의 소지’라며 사과한 것은 잘못됐습니다. 흑인 비하의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들이 의도했건 아니건 상관 없이 흑인 비하가 맞습니다. 흑인들이 강하게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잘못된 퍼포먼스였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사과문은 ‘그럴 의도는 아니었으나,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다’는 식의 전형적인 잘못된 사과입니다. 

그들의 사과문 내용은 이랬어야 했습니다.

＂우리가 인식이 부족해 잘못된 퍼포먼스를 벌였다. 상처 받았을 흑인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마마무의 흑인 비하 논란보다도 그들의 사과 방식에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 추가 ---------

다시 확인해 보니 공식 사과문 영문 버전도 있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마마무입니다.

최근 브루노마스를 표현하는 영상에서 둔감하게 블랙페이스를 사용한 점에 있어서 매우 죄송하단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저희가 한 일에 있어서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저희가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는 해외 케이팝팬들께 깊은 상처를 주게 되어 매우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는 인종, 성적성향, 종교, 젠더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며 생각합니다. 저희는 모든 마마무팬분들을 사랑하며 그 중 흑인 커뮤니티의 분들께 상처를 드려 매우 죄송합니다.

저희가 상처를 주려고 의도한 행동은 아니였으나, 이제 저희는 그 행동들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알고있습니다. 저희는 블랙페이스에 대해 매우 무지하였으며, 그 행동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도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저희는 저희 해외팬들에 대해 알아가는데 시간을 쏟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명심하겠습니다.

앞으로 저희가 더 나은 사람이자 아티스트가 될 수 있도록 이 일과 또 그 외의 일들에 대해 여러분들이 가르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일에 관심을 가져서 수면 위로 올려주시고 정정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문 사과문 내용은 군더더기 없이 잘 정리가 됐습니다. 제가 아쉬워했던 부분들이 영문 사과문에는 잘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인들에게 우호적인 팬카페에만 저렇게 사과문을 게재하는 태도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관련 논란은 물론 사과문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10만명 가까이 되는 공식 팬카페에서 조회수가 그 1/10 수준인 1만명도 되지 않고, 댓글은 하나도 없습니다. 자신들의 공식 채널인 홈페이지를 통해 정식으로 흑인비하 논란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하는 게 옳았을 것입니다. 불편한 일일 수록 정석으로 처리하는 게 좋습니다. 꼼수에서는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